
노란색 바탕 위에 "우리가 읽은 <이방인>은 카뮈의 <이방인>이 아니다"라고 도발적으로 쓰인 문구를 보고 집어든 책. 그렇게도 유명한 이 책을 최근에서야, 저 글귀 하나 때문에 읽어 보게 되었다.
번역 논란을 떠나서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인지도. 나도 모르겠다." 로 시작하는 도입부부터 빠져들어 읽게 되었다. 내용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서 술술 읽히는 편이었다. 세상 만사 굉장히 무관심한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조리한 사회 일면, 특히나 도덕성과 범죄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시각이 와닿았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일련의 이해못할 사건들을 거치며 궁극에는 본인의 사형집행 장면에 대한 바람으로 끝이난다. 시작과 끝이 모두 죽음.
결말 부분의 "저녁은 쓸쓸한 휴식 같은 것이었다. 죽음에 인접해서야, 엄마는 해방감을 느끼고,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 준비가 됐다고 느꼈음에 틀림없었다. 누구도, 그 누구도 그녀의 죽음에 울 권리를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 준비가 되었음을 느꼈다." 이 부분이 참 안타깝고도 생각을 많이하게 한다. 저녁은 저물어가는 인생. 노년을 말하는것이겠지. 역설적이게도 인간은 죽음을 앞두고서야 다시 살아 볼 준비가 된다는 것을 말하려 했던걸까.
P.S.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왜 제목을 <이방인>으로 지었을까. 소설 속 주인공이 보통 사람들의 도덕적 기준에서 보면 다른 사람처럼 보여서였을까.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하거나 애도하지 않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