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저 게으르게 아무것도 하려고 하지 않고 천장을 응시하며 벽지의 연속된 무늬만 하나하나 세고 있는 나에게 이 글이 콕 박혔다.
권태
'외로움'과 '쓸쓸함'의 끝자락에는 능동적인 움직임이 이어진다. 외로움이 고독이라면, 고독에게 파먹히고 있으면서도 파먹히는 제 살을 대안없이, 게으르게 바라볼 때가 '권태'의 상태이다.
아무 것도 진단하지 않고 아무 것도 하려고 하지 않는 상태라는 점 때문에 권태는 늘 만만한 상태에서 지속되고 진행되며 발전된다. 권태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은 천장을 응시하며 벽지의 연속된 무늬를 하나하나 세는 일이다. 외로움은 괴롭지만, 권태로움은 괴롭지가 않다. 괴로운 상황이 괴롭지 않게 여겨진다는 그 점 때문에 조금 더 위험스럽다. 또한 마음의 병든 상태에 가깝다.
권태로부터 벗어나려면, 그 마음자리를 외로움의 상태로 다시 명명할 줄 알아야 한다. 외로움은 약 없이도 회복되지만(정확히 말하자면, 회복되지 않더라도 약 없이도 살아지지만), 권태는 최소한 '외로움'이란 외투로 갈아입어야 마음을 회복할 기미를 찾을 수 있게 된다.
P.S: 지난 3년간 내가 해왔던 일들이 모두 없던것처럼 되어 버렸어. 허탈해. 화가 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일면으로는 후련하기도 해. 오만가지 마음이 교차중.. 나도 윗글의 시인처럼 마음의 갈래를 수첩에 적어 내 나름의 정의를 내려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