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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만원 제대로 사기 당하다..
    일상로그 2005. 4. 4. 19:08
    토요일 회사 이전한다고 무리했는지 온몸은 몸살기운으로 비실비실..

    지하철 2호선 영등포구청역에서 환승을 하는터라 비실비실 인상팍 쓰면서 계단을 오르고 있는데..

    한 아저씨가 아주 아주 난처한 표정으로 부탁하나만 들어달란다. 힐끗 쳐다보고 가는데 정말 난처하다는듯 사정을 이야기 한다.

    "지갑을 서리 당해서 그러는데 집까지 갈 경비를 좀.. 염치없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런다.. 쳇.. 하고 돌아서서 오는데 붙잡더니 정말 미안하다고 경비 조금만 보태주면 내일 바로 계좌로 넣어주겠단다..

    아씨.. 정신도 없고 머리도 아프고.. 귀찮고 해서 제가 현금이 없어서요.. 하고 그냥 뿌리치는데 들러붙더니.. 제가 부산 어디어디 병원 내과 과장인데 전화해서 확인해보시라고.. 이러 저러 해서 그러니 부산갈 경비 7만5천원 좀 빌려달란다.

    아씨.. 하면서 인상 팍 쓰니까 왜 그러세요? 그런다.

    감기가 걸려서 몸상태가 좀 안좋아요. 했더니 감기에는 이러저러 하게 약을 짓고 따뜻하게 하고 어쩌구.. 처방법을 알려준다.

    순진한 나는 진짜 의사인줄 알고 알겠으니.. 빌려드릴께요 한다. 10만원을 뽑아서 주는데.. 저기.. 제가 남태령에 급하게 면회를 갈일이 있는데 그 경비까지 좀 빌려주시면 안될까요? 못 믿으시면 전화해서 정말 있는 사람인지 병원에 확인해보세요. 제 시계를 맡길께요.. 저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에요 등등..

    내가 살짝 정신이 나갔었는지 또 10만원을 뽑아서 빌려주면서 내 연락처와 계좌번호를 주고 그 사람 연락처를 받아 들고 보냈다.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 의자에 앉아서 생각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싶어 연락처로 전화 해봤더니 일반전화, 핸드폰 모두 없는 번호란다. 음.. 내가 잘못 적었나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내일 식목일.. 공휴일이잖아.. 10시까지 어떻게 넣어주지? 싶었다.

    그제서야 아차.. 사기 당했구나.. 그것도 진짜로 멍청하게..

    하필 영등포구청 앞에 CD기가 있었는지.. 매일 야근 하다 아파서 일찍 퇴근하는 날 하필 사기를 제대로 당하다니.. 병신같은게.. 의심도 한번 안하고 20만원이나 뽑아서 주다니..

    그돈이면 동생들 맛난거 배부르게 먹고, 동생들 사고 싶어하는 가방, 엄마 약값 하고도 남겠다 하는 생각에.. 버스를 타고 오는 내내 주르륵 눈물이 흘렀다.

    눈뜨고 코베이는 세상이라더니.. 정말 서울은 그런세상인가보다. 그렇지 않아도 마음 꼭꼭 닫고 살고 있는데.. 점점 더 닫고 살아야 하나 싶어 우울하다. 삭막한 세상..

    바보같은 나.. 20만원짜리 사기는 그렇게 당하는거라고.. 다시는 그런 사기 당하지 말라고 세상이 나에게 가르쳐 주는거라치자.

    그래도 너무 멍청하고 바보 같이 당했어.. 바보.. 병신.. 멍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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